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안 되던 때에 있었던 일이다.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남자가 신부의 친구로 왔던 여자들 중에 참으로 예쁘고 맘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고는 수소문 끝에 그 여자의 주소를 알아내어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. 국문과를 졸업한 그 남자의 글솜씨에 여자는 그 남자를 보지 않고도 마음을 빼았겨 버렸다. 결국 두 사람은 오고가는 편지 속에서 사랑을 약속하고 결혼날을 잡아 예식을 올렸다. 여자는 결혼식 날 처음 본 남자이지만 키도 크고 잘생겼다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예식을 마치고 달콤한 신혼 여행길에 올랐다.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남자는 창쪽에 앉았고, 그 옆에 여자가 앉게 되었다. 그런데, 자신을 바라보며 그동안 못다한 말들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과는 달리 남자는 창 밖만을 바라보며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었다. 그리하여 여자는 남자의 팔을 잡으며, "자기는 왜 나를 안 보고 창 밖쪽만 보고 있어?"라고 말했다. 그러자 남자는 드디어 고개를 돌려 여자를 쳐다보았는데, 아뿔사~남자의 왼쪽 눈이 애꾸였다.  아~이럴수가. 어떻게 자신의 불구를 속이고 나와 결혼할 수가 있는가?화가 난 여자는 기내에서 다른 사람들이 듣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, 남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. "당신은 어떻게 나를 속이고 이렇게 결혼까지 할 수 있어요?" 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숙인 째, 그러나 결연하게 말했다."나는 당신을 속인 적이 없어요. 내가 사실을 말했어도 당신을 나를 사랑한다고 했고, 그래서 결혼까지 이르게 된 것이요.""언제 나에게 사실을 말했다는 것이요?""서울에 돌아가면 내가 증거를 보여드리리이다. 혹시 내가 보낸 편지를 다 가지고 있나요?""물론이지요. 당신의 글솜씨에 반하여 얼굴도 안보고 사랑을 결심할 정도였는데, 버릴 리가 있나요?""그러면 그 편지를 모두 가져오세요. 내가 정확하게 나의 불구를 말한 것을 찾아드릴게요."그리하여 둘은 신혼여행을 중단하고 바로 귀국하였고, 여자는 자신이 모아두었던 편지들을 남자에게 내밀었다. 남자는 여자에게 첫 번째로 보냈던 편지를 찾아내어, 자신에게 속임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.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다. 그 여자의 이름은 현아였다." 현아씨, 나는 당신을 보는 순간, 한 눈에 반하였오."ㅎㅎㅎ